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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숲] 홍진희 개인전
2016. 5. 10 (Tue) - 5. 22 (Sun)

분홍숲 91x62cm Mixed media on canvas 2016
STATEMENT

분홍숲
어릴 때 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거인의 정원> 책을 참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나는 그 책의 내용을 아주 좋아하지만, 어릴 때 그 책을 좋아한 이유는 한 장의 그림 때문이었다.

겨울만 계속되던 거인의 정원, 나무에 아이들이 올라가 앉자 꽃이 피어나던 그림. 책 가득 피어 있던 분홍 꽃은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종이와 인쇄의 질이 좋지 않던 옛날의 그림책이고, 누가 그렸는지도 모르지만 그 그림은 지금까지 줄곧 내게 추위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계절의 겨울에서나 삶의 겨울에서나 눈을 감고 그 그림을 떠올리면 송이송이 꽃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분홍 물결을 이루었다. 연연한 분홍에서 연분홍으로 그리고 분홍으로, 진분홍으로, 진진분홍으로….

따스한 기운이 손으로 발로 그리고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헌책방을 돌며 그 책을 찾아보았지만 구하지 못했다. 아쉬우면서도 한편 다행이다 싶었다. 어쩌면 내 기억 속의 그림과 많이 다를 수도 있을 테고, 실망으로 분홍에 얼룩이 져버릴 수도 있으니.

허탕치고 돌아온 그 날, 나는 분홍 실을 잡았다. 거인의 정원을 나와서 나의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에 꽃을 피우며 봄을 불렀다. 어떤 겨울에도 지지 않을 봄을 꿈꾸며. 나의 분홍 숲이 춥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

홍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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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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