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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e on the table] 치키홍 개인전
2016. 7. 5 (Tue) - 7. 31 (Sun)

식사를 합시다 - 버섯스프탕 130x90cm Latex ink printed on canvas 2015
STATEMENT

식탁 위의 우주
마음에 드는 식탁보를 깔고 그 위에 좋아하는 음식들을 하나씩 놓는다. 그리고 음식들 사이사이에 어울리는 소스와 올리브와 방울토마토, 얇게 썰은 레몬과 라임을 넣는다. 그러면 큰 접시들은 커다란 별이 되고 토마토는 별을 따르는 위성이 올리브와 잎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혜성이 된다. 그렇게 작은 규칙이 질서가 되고 작은 우주가 탄생한다.

식탁 위의 우주에서의 삶이 평온해 보이지만 항상 녹록한 것 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떠나간 자리에 생긴 깊은 블랙커피홀은 주변 행성과 위성들을 빨아들여 어두운 빛으로 물들이기 일쑤이고, 감정에 치우쳐 흔들린 우주는 별들의 충돌로 생긴 날카로운 파편의 잔해를 남기기도 한다. 때로는 식탁 위에서 오고 간 따가운 말들은 포크 혜성의 별똥별이 되어 쏟아지기 일쑤이다. 하지만 그렇게 얻게 된 멍울들을 보듬어 줄 버섯스프탕이 있고, 그 무엇도 소외되지 않게 각자의 역할과 의미가 있는 따뜻한 인력이 작용하는 우주기이기도 하다.

그런 우주를 돌보는 것은 온전한 나만의 몫이다. 사랑이 끝난 후 성난 파도처럼 상실감이 밀려와도, 이유도 모른 채 낯선 사람에게 채이고 밟혀도, 뇌에 안개가 낀 것처럼 몽롱한 이인증이 찾아와도, 어김없이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진짜 태양은 내일도 어김없이 뜰 테지만, 이 우주의 별들은 내가 돌보지 않으면 금세 빛을 잃기 때문이다. 시간이 한참 흘러 이 우주가 있어 행복했었다고 위로가 되었다는 별들이 있길 소망하며, 오늘도 내일도 나의 우주와 당신의 우주가 안녕한지 조심스레 안부를 전해본다.

치키홍
ARTISTS

치키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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