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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개인전] 틈
2020. 9. 3(목) ~ 9. 13(일)
유진희

지워진 기억 45x38cm 한지에 채색 2020
STATEMENT


가까울수록 낯설게 느껴지는 관계의 틈 

관계(關係)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익숙하게 여겨왔던 대화나 소통의 상황들이 갑자기 당혹스럽거나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상대를 알고 있었던 걸까? 하는 의문이 이어진다. 있는 그대로 봐왔던 모습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가 아는 건 부분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을 갖고 뒤돌아설 필요 없다. 어차피 상대가 보는 나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낯섦이 나와 너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의 틈'이다.
관계 안에서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내가 타인에게 가까이 다가 갈수록 (혹은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좁혀진 거리의 관계만큼 내가 그를 볼 수 있는 시선은 좁혀진다. 마치 먼 거리에 보았던 형상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다른 형상으로 초점이 흐트러져 환원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에게 다가갈수록 좁혀진 관계의 거리만큼, 내가 그를 볼 수 있는 시야는 다시 좁혀진다. 알면 알수록 어떤 사람인지 더 혼란스러워 질 경우이다.
무수한 관계에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전부일지 몰라도 내가 직면하는 것은 타인과 공유하는 부분에 불과하다. 결국 부분이라는 것은, 알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그래서 항상 불확실한 '관계의 틈'을 실감하게 된다.

유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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