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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개인전] 여백의 무게
2020. 10. 6(화) ~ 10. 18(일)
안경진

신의바람 가변크기 합성수지에 채색, 철 2019
STATEMENT

10년 동안 나는 조각과 그림자를 통한 표현을 지속해 왔다.
조각과 다른 형태의 그림자를 만들어 인간의 내면이나 무의식 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최근 나는 비어있는 공간을 자세히 보고 있다.
내가 그림자나 여백을 주된 표현방식으로 삼은 것은, 비물질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늘 존재하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고, 삶에서 소중한 가치는 물질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기에 그림자를 통해 비물질적인 것들을 표현하고자 하였고, 그러한 생각이 깊어져 비어있는 것에 주목하며, 여백을 조각의 재료로 삼고자 한다.
현실에서 견고하게 자리 잡아 실존을 뽐내는 기존의 조각이나 회화의 표현 방식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그늘이나 구석, 여백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나의 작업은 기존의 규범이나 질서, 가치체계와는 다른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다.

빛과 영혼의 존재로서 우리에게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내가 속한 세계에서 시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내게 허락된 삶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전에 없던 주름이 깊어지고 건강했던 몸이 삐걱거리는 만큼 나는 최대치 삶의 꼭짓점을 찍고 하강곡선으로 접어든 것을 절감하고, 그런 만큼 나의 내면이 깊어졌는지 늘 돌아본다.
태어난 이유에 대하여 생각하고, 죽음을 맞이할 날을 그려보며,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고 있는지, 게으름과 피로함에 쉽게 무너지는 나약한 존재를 통감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고맙게 느껴지는 나날이다.
유수 같은 삶의 흐름에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기고 있지는 않은지, 내게 헤엄칠 힘과 의지와 방향이 있는지, 속세에 찌들어 눈앞의 것들만 쫒는 비루하고 피곤하며 무의미한 것들에 몰두하고 있지 않은지, 살아있는 경이로움을 느끼며 보다 깊은 체험과 창조를 추구하며 사랑과 진리와 자유를 바라보는지, 하루에도 수 백 번씩 무너지는 마음을 다독이며,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이제 삶의 변곡점에 접어든 나는 비어있는 공간을 자세히 바라본다.

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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