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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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개인전] moment by moment
2020. 12. 1(화) ~ 12. 13(일)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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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Boundary 118x112cm 스테인레스스틸(슈퍼미러), 알루미늄에 도색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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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EMENT
평평하고도 깊은 _ 혼재된 차원의 경험
본다(seeing)는 것은 지각하는 과정을 동반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다.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인 오감은 모두 지각의 과정을 동반하지만 유독 시각에만 관련하여 ‘시지각‘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난 걸 보면 우리가 살아 가면서 무의식의 세계인 꿈속에서 조차 한시도 멈출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일 거다. 이러한 우리의 시지각은 개인이 속한 시대와 문화 그리고 개인의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현재 우리는 범람하는 이미지의 시대에 살아 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시지각 작용은 둔감 해져만 감을 느낀다. 우연히 드로잉북에 그려진 육면체 내부의 선 하나를 지우고 움직여 보며 그 선 하나의 미미한 움직임만으로도 우리의 지각이 얼마나 예민하게 작용하는지에 흥미로움을 느꼈다. 그 작은 변화에 대상의 안과 밖이 전복되고 앞, 뒤가 모호해지며 마치 다른 대상을 보는 것 같았던 ‘익숙한 것에 대한 낯선 경험’은 「Relative Boundary」라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대상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때 굉장히 습관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마치 우리의 감각체계에 절대적 경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고정된 시각에 의해 대상을 동일한 방식으로 지각하는 것에 대해 작품을 통해서 대상 속에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시각적 가능성들을 드러냄으로써 시지각을 건드리고 유동적으로 작용하게 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지각에 대한 관심으로 2015년부터 지속하고 있는 기하하적 형태에 부분적으로 ‘거울‘이라는 매체를 병치시키는 작업은 평면과 입체 / 추상과 구상 / 기하학적 이미지와 실제가 공존하는 혼재된 이미지를 구현한다. 이러한 내 작업은 형식상의 변화를 거듭했지만 항상 두 개의 세계에 경계에 머무르며 가변적 특성을 보여왔다.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동일한 개체들의 내부를 변형한다거나 두 개 이상의 형태들이 결합되어 ‘경계영역’을 공유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내부의 미미한 선의 변화, 작품과 대면하는 대상에 의해 변형되는 다양한 이미지를 생산한다. 나는 이렇듯 유사성의 상태 속에서 변형되어 있는 형태들을 통해 관람자들이 시각적 유희를 즐기고, 그 과정에서 자신과 공간을 새롭게 지각하는 경험을 유도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상징성을 드러내는 요소들을 결합하여 작업에 반영함으로써 형식적인 측면에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건축의 아치 형태나 구멍이 뚫려 있는 드로잉북을 연상시키는 형태들이 그러한 것들이다. 두 개의 영역의 ‘경계’인 ‘문’이라는 건축적 요소는 작품 속 그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를 연상시키는 장치로써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익숙한 형태 속 낯선 세계의 환영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나에게 드로잉북은 작업을 하면서 가장 가까이 두고, 그 안에 무언가를 그려보기도 하고, 그것 자체를 접어보고 잘라내기도 하며 실험하는 무한한 가능성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것은 캔버스와 같이 평면성을 상징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드로잉북이라는 일상적 오브제는 접히고 잘리며 그 내부에 외부세계를 담아낸다. 그리고 그 자신의 틀 안에서 또 다른 공간을 발생시키며 그 자신이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주체로 거듭난다. 이것은 그 평면적 상징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역설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관람자의 관점에 따라 변화하는 외부세계를 담아냄으로써 ‘반영’을 통한 공존을 보여준다. 이렇듯 입체감을 가지는 평면작품과 볼륨감이 제거된 입체작품들은 공간 속 하나의 레이어로 존재하며 자신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세계를 수용한다.
이는 나의 주된 관심사인 상반된 세계의 공존, 즉 주체와 타자의 포용적 관계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실험이자 시각적 결과물이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그러한 혼재된 차원으로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의 시지각을 환기시키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작업에 임한다. 작업에 시각적 유희를 경험케 할 가능성들을 실험하고 발전시키며 고정된 시선으로 보았던 대상에 대해 그리고 우리 내부의 그 절대적 경계에 대해 조금은 더 유연하게 바라보고 사고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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