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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띄 엄 띄 엄 ] 갤러리라이프 기획초대 단체전
2019. 10. 22 (Tue) - 11. 3 (Sun)
이은경 이인경 정채희 조여주

이인경 休-아이슬란드 100x73cm 캔버스에 한지, 혼합재료 2019
STATEMENT

오래전 다니던 학교 담장에 담쟁이덩굴이 있었다. 봄이 오면 겨우내 앙상히 말라붙은 가지에서 움이 트고 아기개구리 손가락 같은 싹이 나와 담벼락에 찰싹 들러붙는다. 부산스러운 봄을 지내다보면 어느 틈엔지 모르게 손바닥 만해진 이파리들을 매달은 덩굴이 담장에 가득하다. 그리 기름질 것 같지 않은 담장 발치의 흙속에 뿌리박고 여름에는 푸르른 잎으로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멋지게 한해를 살라낸다. 성근 머루 같은 열매도 매달은 앙상한 겨울 담쟁이의 가느다란 가지를 보면 고달픈 인생을 보는 듯이 애잔하다.
지나온 세월의 흔적들 위에 주어지는 일과들을 짜 맞추며 살아가는 내 삶처럼, 점점이 뿌려지고 흘려진 물감자국들을 따라 담쟁이덩굴을 그려본다. 덩굴은 담장을 기어올라 이리저리 뒤얽히고 이파리는 흐드러지게 펼쳐지며 화면위에 자리를 잡는다.

이은경


내 작업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늘 ‘쉼’(休)이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닦달하며 많이 힘들고 지쳐있었을까? 우선 나 자신이 쉬고, 보는 이들도 잠깐 쉴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아마도 쉼은 내게 끝까지 중요한 주제일 듯하다. 진정한 쉼은 너무나 얻기 힘든 거라서... 멀리 있는 어느 날의 무엇이 아니라 거길 향해 가는 모든 순간순간이 바로 결과인 거라고 여기기로 맘 먹는다 하더라도, 살아 있다는 건 즉 걱정 근심 고생... 종종 지치고 힘들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인생은 苦’는 진리일진대, 정신줄 놓치지 않고 살려면 아직 한참 더 자라야한다. 하지만 성에 찰 만큼은 아니어도 조금씩은 자라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몇 년 전부터는 살아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가끔 한다. 꼭 무엇 때문에 기쁘고 어떤 결핍이 채워져서 만족스러운 상태가 아니라 이제껏 살아 보니 그냥저냥 산다는 자체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흔히 하는 말로 결과중심과 과정중심의 차이? ‘희’(囍)는 나와 함께 조금씩 자라고 있다. 작업하는 게 재미있고 신난다. ‘희’(囍)를 통해 ‘쉼’(休)에 이르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인경


본인이 칠화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은 여러 옻칠 재료와 기법이 작품의 주제와 유기적으로 연결 되도록 하며 심상에 담아 놓았던 자연이나 사물의 형상들이 한 화면 안에서 조화롭게 표현되어 나타나는 것을 선호한다. 기법이 요구하는 기본 과정은 엄격히 지키되 그것을 운용하는 과정에서는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미 떠오른 이미지가 적절하게 표현될 방법을 결정하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작품 내용과 기법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하여 자칫 기법에 매몰되어 표현이 경직될 수도 있는 옻칠을 유연하게 이끌어 칠화 만이 나타낼 수 있는 특질을 살리고 다른 장르의 작업들과도 차별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01년 중앙미술학원 석사 졸업전을 시작으로 하여 칠화 작업을 한지도 올해로 어느덧 20년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그동안 나의 작업도 紫雲遊月, 서로 다른 시선, 산시리즈, 緣 시리즈 등 기법과 주제를 달리하며 꾸준히 변화를 모색해 왔다.
최근 작업에서는 옻칠에 다른 장르와 재료들을 접목해서 좀 더 자유로운 작업 방법으로 입체나 다른 장르와의 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옻칠의 고유한 특질을 보존하면서도 표현의 한계를 확장해 가는 방법을 탐구해 가고 있다.

정채희


삶을 지배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명은 한없이 가볍기도 하고 동시에 한없이 무겁기도 하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무효화시키는 방법은 시간에 순환적인 방향을 부여하는 것이다. 순환하는 시간-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낙엽이 지면 다시 새싹이 돋는다.
무성하던 이파리들을 떠나보냄으로써 나무는 역사를 폐기하고 봄날, 새로운 우주를 창조한다.

조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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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이인경
정채희
조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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