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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수 옻칠 그림전] 전인수 개인전
2017. 11. 28 (Tue) - 12. 10 (Sun)​​​​​​​​​​
전인수

Flow #2 100x100cm natural lacquer on wooden panel, gold leaf, mother of pearl 2017
STATEMENT

나는 과거 없이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이 잠재되어있었기 때문이었을까? 한국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미국에 13년이라는, 내 인생에 있어 길다면 길 수도 있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기간이지만, 그 기간 동안 나 스스로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이 참으로 많다. 특히 우리 ‘한국의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되고 애착을 느끼게 된 것은 사실이다. 전통이 고루하고 진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서 수천 년을 내려온 옻칠(natural lacquer)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옻칠로 그림을?’ 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옻칠의 내구성과 우수성을 알기에 무기, 건축물, 가구, 집기류 등 상류층의 전유물로 많이 사용되었다. 우리 조부모님, 부모님 세대에는 흔히 옻칠을 사용한 자개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구문화가 급속도로 퍼져가면서, 우리의 생활모습, 습관들도 많이 바뀌어가며 하나 둘씩 사라져 지금은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이 유행하는 이 시대에 옻칠그림이란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옻칠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옻칠이 그러한 것 같다. 마음이 급해 서두르면 그르치기 십상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 작업만해도 20번 내외의 칠하고 갈아내는 등 여러 공정이 반복된다. 그러한 작업을 거치면서 그 위에 그려질 그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작업을 해 나간다. 옻칠은 너무나도 솔직하다. 더도 덜도 없이 내가 한 만큼만 보여준다. 거짓이 없다. 그래서 힘든 작업이지만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나 자신도 빠져드는 것 같다. 나 또한 작업을 하면서 나의 작업에 대해 매우 솔직해진다. 옻칠은 자연 그 자체이다. 옻나무에서 어렵게 얻어진 수액으로 그려지는 옻칠 그림은 그림을 그리는 계절과 날씨, 온도,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경화되기 때문에 나 자신도 예전에는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었던 자연환경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미세한 환경변화에 솔직하게 반응하며 보여주는 나의 그림과 나는 작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서로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한 단계 한 단계, 차곡차곡 쌓아 나아가는 것 같다.

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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